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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엘리엇 스미스의 미공개 트랙들을 모아 2장의 CD로 제작된 [New Moon]의 수록곡들입니다...

수입 CD를 선호하시는 분들도 이 음반만큼은 라이센스 CD로 구입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영문 부클릿도 부클릿이지만 번역된 가사가 수록된 두툼한 해설집이 본작을 듣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CD에 수록된 성문영씨의 해설 전문을 발췌하였습니다...
조금 깁니다...
시간 나실 때 읽어 보심이...^^

가슴 한켠이 시리고 먹먹해지는 그의 음악들을 음반으로만 들을 수 밖에 없음이 아쉽습니다...




CD 1
01  Angel in the Snow   2:37
02  Talking to Mary   3:42
03  High Times   3:11
04  New Monkey   3:12
05  Looking Over My Shoulde   3:39
06  Going Nowhere   3:51
07  Riot Coming   3:43
08  All Cleaned Out   2:57
09  First Timer   2:41
10  Go By   3:46
11  Miss Misery (early version)   2:56
12  Thirteen   2:43


CD 2
01  Georgia, Georgia   1:46
02  Whatever (Folk Song in C)   2:17
03  Big Decision   2:00
04  Placeholder   2:29
05  New Disaster   4:10
06  Seen How Things are Hard   3:21
07  Fear City   3:29
08  Either/Or   2:27
09  Pretty Mary K (other version)   3:24
10  Almost Over   2:11
11  See You Later   2:54
12  Half Right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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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포크 싱어송라이터, 인디팝계의 음유시인 엘리엇 스미스의 미발표곡을 모은 2007년 새 앨범 [New Moon]

섬세하고 감수성 어린 보컬과 자조적인 가사의 서정적인 포크 사운드로 인디팝 매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음유 시인 엘리엇 스미스.
그의 셀프타이틀 앨범인 [Elliott Smith]과 [Either/Or] 앨범을 녹음하였던 시기인 1994-1997년 사이에 레코딩된, 미발표 음원 총 24 트랙이 수록된 2007년 새 앨범 [New Moon] 발매!

엘리엇 스미스는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의 사운드트랙과 영화 ‘American Beauty’에 삽입된 비틀즈 'Because'의 리메이크 곡이 히트하며 대중들에게도 그 이름을 알렸으나, 2003년에 자살로 서른 넷의 짧은 인생을 마감하여 수많은 음악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하였으며, 아직까지도 그의 묘소에는 그를 추모하는 팬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의 창작력이 최고치에 달한 인디 레이블 시절에 만들어진 곡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내성적인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로-파이 트랙이 주를 이루며, 영화 ‘굿 윌 헌팅’ OST에 수록된 'Miss Misery'의 초기 버전과 2000년 작 'Figure 8'에 수록된 'Pretty Mary K'의 다른 버전이 실려있다.

1. 2CD 디지팩
2. 12P 부클릿
3. 32P에 달하는 성문영씨의 해설지 및 전곡 가사 번역 수록


Elliott Smith "New Moon"
Sleepwalking

없앨 시간, 안락사를 바라는 유언장을 써서 달에 있는 사람에게 보냈어
하지만 난 얼마 안 가 좋아질 거야
행복한 누군가의 얼굴이 이렇게 내가 죽어가는 걸 보고 있어
다른 세상으로 나를 들어올려 줘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혼자서도 잘 죽는 것
혼자서도 잘 죽는 것
혼자서도 잘 떠나는 것
- from “Living Will” by Elliott Smith

2003년 10월,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본명 스티븐 폴 스미스 Steven Paul Smith)는 자신의 여섯 번째 앨범 [From a Basement on the Hill]의 완성을 앞두고 사망했다. 그 전작이었던 [Figure 8] 앨범 직후부터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말이 거의 정설로 돌았으나, [Basement] 앨범을 작업하면서는 재활원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등 극적인 반전을 보여가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그의 급작스런 죽음이 가져다 준 충격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의 죽음은 여전히 고약한 미스테리다. 아무리 그가 ‘거대한 허무의 발라드’를 그토록 쏟아냈다 한들 그것이 스스로의 죽음을 담보로 낸 빚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을진대, 하물며 극심한 우울증과 약물중독, 편집증과 피해망상의 끈질긴 덫을 어렵사리 떨치고 모처럼 새로운 인생에의 의지를 보인 순간 심하게 눈치 없이 찾아든 죽음의 선고란 그야말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스테이크용 칼로 주저 없이 자신의 가슴을 두 번 찔렀다는 죽음의 양태는 물론이거니와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자살이라는 최종 결론 역시도 듣고 있으면 정이 뚝 떨어진다.

이 정 떨어지는 죽음의 뒤안길에서 발표되는 또 다른 새로운 음반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사망한 지 약 1년여 만에 발표되었던 유작 앨범 [From a Basement on the Hill]은 [Miss Misery]나 [Between The Bars]와 같은 서정적인 실연 발라드를 부르는 수줍은 남자로만 그를 기억했던 많은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들 만큼은 충분히 싸이키델릭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발라디어’ 명성에는 가장 큰 해를 입힌 작품이 되었지만, 알고 보면 가장 무방비 상태이고 그래서 가장 연약한 엘리엇 스미스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음화(陰畵)였다. 지켜보기 쉽지는 않은 장면들이었으나 전작들 이상의 벌거벗은 진실을 보여주는 노래들이었기에 소중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족했다.

혹은 그렇다고 믿었다.

낫 모양의 날카로운 초승달은 당신을 조만간 죽일 것이고
당신의 차갑고 하얀 형제는 시린 눈동자 속의 실유리처럼 당신의 피를 타고 온몸을 돈다
달이 조금씩 그 모습을 바꾸는 동안 당신은 땅 아래 묻혀 있다
그리고 당신이 가는 곳마다 장미로 피어날 것이다
붉은 장미꽃들이 따라다닐 것이다
- from "Coming Up Roses" by Elliott Smith

그러나 한 가지 주지해야 할 사실이 있다. 엘리엇 스미스는 - 스스로 의도하진 않은 - 다작의 작가였다는 것을. 오리지널 부클릿에 실린 친구 래리 크레인(Larry Crane)의 회고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듯, 그는 앨범 발매를 위한 작곡보다는 작곡된 것을 앨범화하는 쪽이어서, 이렇게 무시로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혹은 곡이 완성되자마자 녹음을 해놓는 더없이 착한 습관 덕분에 앨범 발매 자체가 되려 위협을 받는 경우마저 있었다. 즉,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너무 많은 곡이 쌓여 있어서 하나의 테마로 앨범을 완성하려고 하자 그 순간 정련 및 취사선택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닥치는 것이다.

그 가장 극단적인 예가 [Either/Or] 앨범이었다. 밴드 힛마이저(Heatmiser) 재적 시절이 아직 포함되어 있던 1995~6년 기간 동안 그는 무려 총 180분 분량의 자작곡 릴 테입을 갖고 있었고 이것을 한 장의 앨범으로 추스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는 어떤 곡을 빼고 넣을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거의 강박 수준의 집착을 보였고, 이 고민은 몇 달간이나 이어져 끝내는 폭음을 불러들이는 등 [Either/Or]를 고난의 앨범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저는 평소 내가 만든 이 노래가 앨범에 실릴지, 어떤 형태로든 공개적으로 출반이 될지의 여부는 완전히 배제하고 그냥 맘 내킬 때마다 무계획적으로 곡을 녹음해두는 스타일입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고, 이렇게 비축한 곡을 갖고서 보통 6개월 정도의 텀으로 음반화해온 편이었구요. 헌데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곡이 너무 많이 쌓여버린 통에, 어떤 곡을 선택하고 어떤 곡을 뺄지에 대해 지금까지 별 다른 원칙이나 메커니즘이 서 있지 않던 저로서는 엄청난 재앙이었던 거죠.” [Either/Or] 무렵의 엘리엇 스미스의 말이다. [Either/Or] 앨범의 트랙리스트는 최종적으로 12곡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가사와 제목 등을 수시로 바꿔가며 한번 골조가 잡힌 퍼스트 테이크 이후에도 추가 작업을 진행시키는 그의 스타일 덕분에라도 곡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되어있다. 8트랙 데모 버전에서 16트랙으로 옮길 때, 다시 앨범용으로 새로운 테이크를 담을 때 등등 기회가 되고 마음이 내킬 때면 그는 언제나 조금씩의 혹은 전면적인 수정을 자신의 곡에 계속 가하여 진화시키곤 하였다. 이런 과정의 산물들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도 팬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도 라이브 녹음이나 데모 버전들을 활발히 교환해오던 그들은 엘리엇의 요절 이후에 더욱 그 값의 소중함을 절감하였을 터. 그래서 지금도 같은 곡에 대한 각기 다른 타이틀이라든가 어느 부분 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얘기할 때의 팬들의 태도에서는 일정 수준의 열정이 느껴진다.

말하자면 이 모든 것들을 다 수렴한 것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새’ 앨범 [New Moon]의 본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레 누군가 죽고 나면 추모라는 이름 아래 고인의 의사와는 별 상관없을 법한 것들까지도 죄다 끌려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라 새삼스레 놀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경우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 엘리엇 스미스는 아마 이런 종류의 긁어모음이 특히 기다려진 뮤지션 중 한 명일 것이기에. 게다가 이 모음집에는 묘할 정도로 강렬한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곡들은 처음부터 오리지널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정규 앨범에 실릴 자리를 배정 받지 못했던 것일 뿐, [Go By], [High Times], [Angel In The Snow], [Almost Over] 등의 곡들은 왜 그가 생전에 [Either/Or]의 트랙리스트를 두고 그토록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공감케 한다.

그와 같이, 엘리엇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번 앨범 [New Moon]의 주된 기조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의 2군 아닌 2군 넘버 구제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기 드물게 레어 앨범이면서도 오리지널리티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일 테고. 1995년의 두 번째 앨범 [Elliott Smith] 제작시의 7곡, 97년도의 3집 [Either/Or]에서의 11곡, 그리고 그가 솔로 이전에 기타 겸 보컬로 몸 담았던 밴드 힛마이저의 마지막 앨범 [Mic City Sons]에 이미 실린 바 있는 두 곡 [See You Later]와 [Half Right] 및 빅 스타(Big Star) 커버곡 한 곡을 원테이크로 녹음한 라디오 세션 3곡이 그래서 이번에 정식으로 대중 앞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그가 생전에 자신의 주요 활동 근거지로 삼았던 포틀랜드에 친구와 함께 설립했던 스튜디오 잭팟!에서 녹음한 세 곡(이 중에 저 유명한 영화 ‘굿 윌 헌팅’의 [Miss Misery]의 초기 버전이 들어가 있다)까지가 이 24트랙짜리 더블 앨범의 총 내역이다. (그전까지 항상 주변 지인들의 기기와 스튜디오를 전전하며 녹음실 동냥을 다녀야 했던 엘리엇으로서는 모르긴 해도 아마 이런 자신 소유의 커머셜 스튜디오를 갖는 것이 숙원사업이었을 것이다.)

나는 방에 누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고
네가 죽어도 해독해내지 못할 기호들이 지금
조그만 속삭임에 의해 연기로 만들어지는 중이야
지금 너는 달과 나란히 달리는 네 낡은 차 속에 있고
헤드라이트는 네 전방에서 밝게 타오르고 있고
콘돌 대로 위에서는 누군가가 불타 없어지고 있겠지
네게서 속삭임을 이끌어내기 위해
- from "Condor Ave." by Elliott Smith

이 앨범을 들으면서 엘리엇 스미스의 메이저 레이블 작품들 [XO]나 [Figure 8]을 떠올리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운드의 겉 질감을 제외한 노래의 고갱이에 대해서라면 [New Moon]이 이것저것 끌어모아 급조한 흔한 사후 비정규집이라는 말은 아마도 접게 되리라. 그의 성공의 기폭제가 [XO]였다면 그 뇌관 역할을 했던 것이 [Either/Or] - 그리고 이미 같은 세션 출신으로서 따로 싱글화된 전력이 있는 [Division Day] 등과 같은 예에서 보듯이 아직 이 앨범에서는 정규성에 준하는 저력이 작용하고 있고 그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마도 [Go By]일 것이다. 엘리엇 특유의 보컬 하모니가 빛나는 이 코러스는 아무리 봐도 [Either/Or] 아니면 아예 [XO]에까지도 자리를 넘볼 수 있었을 텐데, 모를 일이다.

또 하나 이 앨범의 백미라면 엘리엇의 출세작(이라고들 하는) [Miss Misery]의 초기 버전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뮤지션 겸 엔지니어 조애너 봄(Joanna Bolme)과의 연애는 꽤 오랫동안 진행된 스테디한 관계였고, [Say Yes]와 함께 [Miss Misery] 역시도 엘리엇이 그녀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와의 관계가 깨어지면서 그는 포틀랜드를 떠나 뉴욕으로 옮겨갔고 이내 [XO] 시절을 맞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Miss Misery]는 다소간 시간이 흐른 후의 회고적인 관조를 담고 있지만 이번에 [New Moon]에서 들을 수 있는 초기 버전에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대놓고 호소하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이 정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별해야 했던 데는 분명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무릇 노래는 구슬퍼야 맛이고 시인은 행복해선 안 되는 법 - 때로 구슬픈 노래가 불행한 시인을 잡아먹곤 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녹음하거나 불렀던 커버곡만을 모은 컬렉션도 하나쯤 소개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데, 이미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Because] 외에도 [Jealous Guy], [My Sweet Lord] 등 비틀즈 커넥션은 엘리엇의 단골 레퍼런스이자 혐의로 자리잡고 있고, 그 외에도 니코, 행크 윌리엄즈, 킹스(The Kinks), 레드 제플린 등 그가 라이브 등을 통해서 (때로 즉석에서 관객 리퀘스트를 받아) 피로했던 각종 리메이크 넘버들은 그 퍼포먼스에서 초이스까지 각각이 그와의 유니크한 연결점을 맞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도 커버곡이 하나 올라 있는데, 그것은 파워팝의 창시자란 말을 듣고 있는 미국 출신 밴드 빅 스타(Big Star)의 대표곡 [13]이다. 예전 리플레이스먼츠(The Replacements)가 동명의 곡으로 존경을 바친 바도 있는 그 알렉스 칠튼이 있었던 전설적인 밴드이자 재능에 비해 요절해버린 크리스 벨이 칠튼과 함께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었던 팀이었던 이 빅 스타의 넘버는, 록 역사상 사춘기를 노래한 뛰어난 명곡 중 하나라는 롤링 스톤의 평이 아깝지 않을 만큼 엘리엇의 버전으로도 그 매력을 충분히 전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리지널 버전보다 더 정감 있게 들린다.)

"상당한 기간 동안 나는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대부분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밤에 나가서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달을 참 많이 보게 됩니다. 달이라고 하면 일단 너무 흔해빠진 이미지긴 합니다만 흔한 이미지를 솜씨 있게 잘 쓰는 방법 또한 있기 마련이죠. 흔한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방법이거나 혹은 적어도 그럴려고 시도는 하는. 그렇다고 내가 시도한 게 다 성공적이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고, 단지……."
- 엘리엇 스미스, 1997년.

달은 엘리엇 스미스의 단골 이미지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가 시도한 건 지금 심정 같아선 다 성공적이라고 강변하고 싶다. 물론 그가 성공적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한 대상은 비단 달뿐만은 아니다. 자동차, 밤 2시 45분, 영화, 취한 남자 등등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단골 캐스트들은 그의 가사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가 특히 곡 만큼이나 가사를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은 거의 본능적으로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랫말에서는 노래 가사 이상의 문학적 성취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취는 단순한 사물의 묘사를 넘어서는, 미묘한 상황에의 통찰, 혹은 운명적 찰나의 포착이라는 보다 종합적인 어떤 (수사修辭-) 패키지에 해당한다. 나는 아직도 이것을 뭐라고 딱 꼬집어 설명해낼 수가 없다. 그의 언어에는 분명 타고난 어떤 것이 있는데 그것은 때로 곡을 유체이탈하여 그 자체로 존재하기도 한다. 놀라운 독창성과 놀라운 기시감의 공존. 아마도 이것이 끊임없이 그의 현란한 통기타 핑거링과 함께 그의 언어가 사람들을 홀리는 본질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가사에서 단순히 거의 모든 내용을 약물로 해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며, 실제로 상당수가 약물을 노래한 곡들이 맞다. 관건은 지독한 약물중독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 노래할 때조차도 거기엔 어떤 도저한 보편성이랄까, 일종의 존엄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분명 특별한 영역에 속하는 재능(genius)이며, 이 점에 대해서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 - 그는 싱어 송라이터이기 이전에 온전한 시인이라는 것을.

뭐, 꼭 이번 앨범을 비정규의 예외작으로 돌리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이미 땅 아래 묻혀 평안해야 할 그의 심정이 [New Moon]의 발매에 얼마만큼 기꺼워할지는 - 굳이 부정적일 것까진 없을 듯해도 - 사실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엇 생전의 음악 친구이자 프로듀서 래리 크레인이 지극정성으로 재믹싱 및 사운드 보정을 담당하고 오로지 그것만을 더한 상태로 이 음원들을 내놓은 데에는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엘리엇 브랜드의 가치에다 무엇보다도 그를 정당한 방식으로 추억하고자 하는 가장 단순한 발로가 더해진 형태임을 믿는다. 8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놀랄 만한 창작력으로 쏟아내 놓은 그의 벌크 규모 노래들에서는 누군가의 평마따나 저 혼자 멋대로 사이먼이자 가펑클인 빛나는 혼연일체, 나이면서 나 아닌 이의 복화술이 눈부시게 자리잡고 있고 또한 그래서 들을 때마다 가슴이 부서진다 - 마치 황혼녘 부둣가에서 내 것이 될 수 없는 마음속의 짝사랑 애인을 숨 죽여 지켜보는 것처럼.

이 부서지고 또 부서지게 하는 노래들을 듣는 것이 거의 피학적 쾌감에 가까워질 즈음, 오갈 데 없는 감정의 망가진 덩어리들을 대체 어쩌란 말이냐 싶어도 이때조차 엘리엇 스미스는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너희들이 내 인생을 진부한 클리셰로 만들 때마다 나는/ 너희들 엿 먹으란 서정시를 또 하나 작곡해서 연주하는 것 말곤/ 하고 싶은 게 정말이지 하나도 없다”. 정말? 정말 그랬단 말인가? “가끔은 이런 기분이 들어/ 나란 놈은 여기 이 땅에 내려와/ 네 곁에 누운 차디찬 정물에 불과하단 기분이”. 엘리엇의 친구인 션 크로건은 그가 자신이 속한 상황을 노래한 것이지 결코 노래가 그를 만든 건 아니라고, 그 점을 혼동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그의 노래가 만든 이 세계는 종국엔 그를 요구하여 받아낸 셈이 되었다. 모쪼록 [New Moon]의 노래들이 여러분에게서도 영혼의 한 자락 낮은 속삭임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070509. 성문영. (자료 제공 이엠아이뮤직)

부록: 지금껏 거의 안 알려진 엘리엇 스미스 의외의 면모 10선 (by 친구 션 크로건):
1. 스콜피온즈 팬이었다.
2. 진짜 도가 지나친 농담도 곧잘 했다.
3. 대학 졸업반 때는 거의 R&B 발라드만 줄창 들었다.
4. 노숙자들한테 닥치는대로 20달러씩 퍼준 적도 있다.
5. 빨간색 테니스화를 특히 좋아했다.
6. 문학의 경우 주로 고전 취향이었다. 현대 소설은 전멸.
7. ‘Good Will Hunting’이 나오기 전 한 몇 달 동안은 땅콩버터 샌드위치만 먹고 살았다.
8. 공연 시작하기 전에 무대공포증 때문에 통증을 호소할 때가 많았다.
9. 예전 뉴욕에 살았을 때 맨하탄의 술집들이 모두 문 닫고 나면 집이 있는 브루클린까지 지하철 터널을 통해 걸어서 귀가하곤 했다.
10. 프로 미장공으로 나서도 될 만큼 회벽 바르는 솜씨가 장난 아니었다. (※실제 그는 한동안 밥벌이를 위해 인테리어/도장공 알바를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시절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 - 역자주)

[New Moon] tracks originate from:

▶ [Elliott Smith] sessions: [Angel In The Snow], [Talking to Mary], [High Times], [Riot Coming], [Georgia, Georgia], [Whatever (Folk Song in C)], [Big Decision]
▶ [Either/Or] sessions: [New Monkey], [Looking Over My Shoulder], [Going Nowhere], [Go By], [Placeholder], [New Disaster], [Fear City], [Either/Or], [Pretty Mary K (other version)], [Almost Over], [Seen How Things Are Hard]
▶ 1996 radio session: [Thirteen], [See You Later], [Half Right]
▶ Jackpot! studio in 1997: [All Cleaned Out], [First Timer], [Miss Misery (early version)]

Elliott Smith discography:

[Roman Candle] (1994)
[Elliott Smith] (1995)
[Either/Or] (1997)
[XO] (1998)
[Figure 8] (2000)
[From a Basement on the Hill] (2004)
[New Mo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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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ck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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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잇글링 2010.08.25 22:40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잇글링] jellyfish님이 [Elliott Smith를 듣다.]을(를) 아랫글로 연결하셨습니다.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78843 )

  2. ... 2011.10.17 06:25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그립네요..휴...

  3. 알록 2012.01.30 22:39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고맙숩니다 잘듣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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