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포크 음악을 선보였던 듀오 푸른새벽의 멤버 ssoro(정상훈)이 푸른새벽 해체 이후 발매한 솔로 프로젝트 투명물고기의 EP [Through The Glass Wall]의 수록곡들입니다...
푸른새벽을 통해 선보였던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기타를 포함한 여러가지 효과로 지글거리는 노이즈를 입힌 이번 음반은 더욱 몽환적이고 더욱 침잠된 음악들을 들려줍니다...
dawn(한희정)의 매력적인 보컬 또한 돋보였던 푸른새벽이 2집 발매 후 갑작스런 해체를 겪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보다 포크/포크록에 가까웠던 1집에 비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욱 많아진 2집, 그리고 이 음반을 들어보면 정상훈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발매된 국내 음반들 중에서 가장 어둡고 우울하고 맘을 가라앉게 만드는 음반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발췌한 리뷰대로 '회색' 그 자체입니다...
요즘은 EP, 정규음반의 구분이 무색하게 잘 만들어진 EP음반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 음반 역시 그렇습니다...
정식 트랙 9곡 이외에 음반 구입시 같이 제공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음악과 참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 휴대폰 벨소리 등 다양한 서플먼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구매가 아깝지 않은 음반이라 생각되네요...
정규 수록곡들만 올려드립니다...
22장의 이미지 중 몇장만 골라 올려드립니다...
01 문턱 3:25
02 뒤로 3:38
03 금남로 5:22
04 순간 1:53
05 후 4:54
06 얼굴 6:30
07 만약 4:41
08 낙원 5:11
09 생일 2:32
20c-stereo radio
01 후(humming-reverse)
02 낙원(filter-tremolo)
03 금남로(푸른눈의목격자-힌츠페터)
04 생일(EQ)
흐린 유리창으로 바라본 페허의 도시...
오랫동안 푸른새벽의 음악을 들어왔던 이들에게 있어서 2006년 겨울, 2집 발매와 더불어 통고된 이별은 너무 갑작스런 것이었다. 더구나 앨범 발매 후 어떠한 쇼케이스나 공연도 진행하지 않아 의아함을 던져주었다. 그 이후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보컬을 담당하던 dawn은 한희정이란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푸른새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ssoro(정상훈)는 간간히 독립영화의 음악을 만들면서 그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가 투명물고기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1961년 영화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를 연상하게 하는 타이틀 'through the glass wall'은 마치 흑백영화를 연상하는 모노톤으로 가득차있다.
흑백의 이미지로만 가득 찬 커버를 열고 cd를 플레이하면 두툼한 노이즈가 스피커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둔탁한 어쿠스틱 기타음이 뒤이어지면서 예전의 푸른새벽을 떠올리는 익숙한 아르페지오가 음을 채우는 '문턱'이 우리를 반긴다. 이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코 시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노이즈와 어쿠스틱 포크의 결합을 보여준다. 두번째 곡은 이미 푸른새벽의 팬들이라면 숨겨진 명곡으로 알려진 '뒤로'이다. 이 역시 기존의 포크버젼에 백그라운드로 몽롱한 기타노이즈를 깔아놓아 한층 돋보인다.
이 앨범의 핵심이자 주제이기도 한 '금남로'는 제목이 암시하는 데로 80년 광주에 대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당시의 뉴스보도가 마치 나레이션 같이 깔리면서 진행되는 이 인스트루멘털은 80년대와 90년대 노래패들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불러진 번안 노래들과는 색깔을 달리한다. 현장의 필요성에 의해 불리워진 광주의 노래들은 이제 5월 18일 기념일날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시대는 변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2002 월드컵이 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지금의 세대에게 이 음악은 가장 최근의 포스트록으로 펼쳐보이는 유령과도 같은 과거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많이 만들어졌을거라 생각되는 이 소재에 대해 한국의 음악가들이 보여준 침묵은 오히려 더 놀라울 정도다.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아름다운 곡 '순간'과 선선한 바람의 창백함을 담고 있는 '후'가 지나가면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얼굴'이 등장한다. 페허가 된 도시를 흐린 유리창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이 곡은 투명물고기의 전매특허 같은 독특한 톤의 기타노이즈와 바로크 음악을 연상하는 클래식적인 선율이 듣는 이를 끌어당긴다. 탁탁 끊어지게 치는 기타음과 단조로운 노래 멜로디가 어린 시절로 시계를 돌린 것 같은 '만약', 60년대 후반의 포크 사이키델릭를 연상시키는 다분히 실험적이지만 후반부의 아름다운 전개가 충분히 인상적인 '낙원', 너무 어둡고 우울해서 혼자보내는 생일날을 연상하는 '생일'은 너무 쓸쓸해서 도저히 생일축하곡으로 쓰이기 힘들 정도다.
여기 아닌 어딘가에서 부르는...
폴 오스터의 '페허의 도시'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대와 혼돈의 세상을 배경으로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투명물고기의 데뷔앨범이자 포스트 노이즈 포크음반인 은 마치 '페허의 도시'가 영화화되어진다면 영화음악으로 쓰여져도 될만큼 닮아있다. 국적과 시대를 알 수 없는 절망으로 가득 찬 지금 이 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쓸쓸히 불리워질 노래들이 여기에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앨범이 단순히 싱글의 모음집 같은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나 이야기로 엮어진 컨셉 앨범이었으면 더 큰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같은 이유로 좀 더 나아가서 대곡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곡들의 짧은 러닝타임이다.
베르히만의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는 베르히만이 배우를 써서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에 들여대고 보는 영화다. 투명물고기의 앨범은 음악으로 자신을 대면하고 있는 창작자의 고뇌가 보이는 앨범이다. 마치 이 영화의 첫 부분에 인용된 구절 같이 말이다.
“지금은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보지만 그 때가 되면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것이다. 지금은 단편적으로 알지만 그 때가 되면 온전히 알려진 대로 온전히 알게 될 것이다” -고린도전서 13장 12절
글/녹슨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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